최근에 사람들의 문해력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문맹률은 굉장히 낮지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 즉 실질 문맹률은 굉장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안 그래도 글은 읽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몇 번 목격한 터라 그에 관해 블로깅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지인에게 EBS에서 진행했던 문해력 테스트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만점이 나왔습니다! (헤벌쭉)
해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서 도전해보세요! 15분이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우리 생활의 대부분은 글로 되어있습니다. 사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제 블로그도 글로 되어있죠.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정보는 웹사이트에 존재하는 텍스트가 주였습니다. 그런데 대 유튜브의 시대가 열리면서 사람들은 정보를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으로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읽지 않고 보고 들으려고만 할까요?
이것은 '읽는 것'이 능동적인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TV나 유튜브 등의 매체는 '보고 듣는 것'으로 수동적인 행동입니다. 특별히 내가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재생이 되고 들리죠. 5분짜리 동영상을 그냥 물 흐르듯이 시청하면 어쩐지 그 정보가 전부 내 것이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일단 뇌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수능을 볼 때나 자격증 공부를 할 때 인터넷 강의를 주로 듣는 시대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는 알았던 것 같은 내용이 실전에서는 모르겠게 되는 경험을 분명히 해봤을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해력이 지적된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거의 20년 전부터 MBC의 <느낌표>에서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의 독서량을 지적해왔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책이 다시 읽히기 시작했죠. 아, 물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요. 그리고 2014년부터 시작된 도서정가제로 독서 인구는 점점 더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악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윗 분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읽지 않다 보니 읽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서 읽는 지시문의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문'이 아니라, '지시문'이요.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웹 소설은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점일 것 같아요. 웹 소설을 독서의 범주에 넣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 같지만, 저는 그것도 충분히 독서로 기능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책이 뭔가를 얻으려는 생산적인 목적을 띌 필요는 없을 것 같거든요. 엔터테인먼트적인 소비재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데도 '책'이라는 것, '활자'라는 것이 주는 이미지가 어딘가 딱딱하고 공부처럼 느껴지는 것을 보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런 이미지가 쌓여서 결국에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게 된 것일 수도 있겠죠.
꼭 종이로 된 책이 아니더라도, 한 권의 분량이 아니더라도, 읽는 것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읽을' 일은 아주 많아요. 부동산 계약도, 자동차 계약도, 심지어는 몸이 아플 때 먹는 약의 주의사항 같은 것들도 모조리 읽어야 합니다. 그냥 읽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읽고 이해해야 하는 것들이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위의 사항들을 실천에 옮겼을 때 찾아올 부작용은 제법 심각할 텐데도,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읽는 것에 대해서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합니다. 어떤 정보를 얻고자 할 때, 자기 스스로 읽고 판단한 정보가 맞는지 신용하지 못하는 사회가 됐어요. 그러다 보니 한 두 명의 전문가, 혹은 유튜버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을 통해 사실과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고, 사람들의 사고가 점점 더 획일화되고 편협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누군가에 의해 가공된,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정제되었을지도 모르는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용하게 되었으니까요.
새해에 많은 분들의 다이어리에는 '하루 30분 독서하기'나 '한 달에 한 권 읽기' 같은 목표들이 생겼다가 사라집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일단 목표로 삼기는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목표로 조차 삼지 않게 되는 날도 올 것 같은 예감이 들거든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분들이 작심삼일이라도 독서를 하려고 노력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많은 분들이 하루 30분 독서하기를 성취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