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을 통해서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줄로 요약을 하자면, '뭐라도 읽읍시다'가 되겠네요.
읽지 않거나 혹은 읽지 못하거나
최근에 사람들의 문해력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문맹률은 굉장히 낮지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 즉 실질 문맹률은 굉장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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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글의 주제로는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사실 '어떻게 읽는가'에 대해서 한 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글을 읽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누군가는 문학작품을 감상하려는 목적으로 가지고 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정보 습득이나 학습을 목적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는 배속을 걸고 보더라도 영화는 원래 속도대로 천천히 즐기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글이 쓰인 목적을 기준으로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해서 읽고 있습니다.
문학 읽기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문학작품이 쓰인 이유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봅시다. 문학은 왜 쓰였을까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 쓰였을까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일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문학은 보통 인간의 경험을 확장시키고 재미를 주기 위해서 쓰였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마법 세계를 살아가는 상상을 하고,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문학은 이러한 상상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재미와 감정적 교류를 제공하는 거죠. 이러한 역할이 최근에는 웹툰이나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미디어 매체로 옮겨가고 있어서 문학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견해도 있었지만,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대두되면서 다시 조금씩 글이 읽히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흠뻑 빠져들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을 읽을 때 제가 책과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입니다. 마치 내가 문학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혹은 문학 속의 주인공이 바로 내 옆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해요. 사실 문학을 읽을 때는 특별히 독서법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한 글자, 한 단어도 놓치지 않고 완전히 책 속에 빠져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이걸 읽으면서 요약하고 정리하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그럼 결국 연애 소설은 '둘이 사랑한 얘기', 추리 소설은 '누가 누굴 죽인 얘기'로 귀결되고 끝일 테니까요.
인문학, 교양서적 읽기 - 정말? 왜?
인문학이나 교양서적을 읽을 때는 저자의 중심 생각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읽는 방법에 따라서 며칠이 걸릴 수도 있고, 몇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인문학, 교양서적의 경우에는 한 번에 정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대신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봅니다. 물론 준비가 좀 필요하긴 합니다. 저자가 누군지 확인하고, 목차를 보고 예상하는 과정이에요. 인문학은 대개 저자의 철학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남의 생각이에요. 비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일단 이 사람이 무엇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려는지 먼저 파악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 사람이 누군지 파악을 하고, 목차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예상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죠. 미리 머릿속에 폴더를 만들어둔다고 하면 비유가 좀 쉬울까요? 그렇게 어느 정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한다면 그다음에는 압축해서 읽어 내려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힘주어서 읽지 않아도 돼요. 아래와 같은 문장을 예로 들어볼게요.
지구는 사랑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우리에게 마음의 고요를 허락하는 곳이기도 하다. 변화가 있되 아주 천천히 일어난다. 한 개인이 평생 동안 겪게 되는 자연재해도 대단한 것이라고 해야 태풍 정도가 고작이니, 우리는 지구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중
아마 많은 분들은 위의 세 문장을 아주 천천히, 모두 읽어 내려갈 거예요. '지구는/사랑스러울/정도로/아름다울/뿐/아니라/특별한/사건이/없는/한.....' 하지만 제 경우에는 위의 세 문장을 '지구에서 사는 건 평안한 일이다'로 압축해서 읽습니다. 한 번 미리 읽어봐서 그런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저는 보통 첫 문장을 읽고 난 뒤 훑어내려 가면서 역접이 있는지를 찾아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대개 첫 문장에서 말한 내용을 보충해서 풀어놓은 내용에 지나지 않아요.
한 번 이렇게 주르륵 훑어보듯이 읽는다면 책을 한 번 보는 데 20~30분 내외로 끝납니다. 당연히 머릿속에 뭐가 남아있지는 않죠. 그래도 대강 저자가 무엇에 대해서 어떤 입장으로 논리를 전개하는지는 알 수 있어요. 그러면 그다음 번에 읽을 때는 중심 주장에 대해서 저자가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읽어봅니다. 한 번 눈으로 훑어봤던 적이 있기 때문에 두 번째 읽을 때는 생각보다 글이 수월하게 읽힐 거예요. 그러면 그때부터 책과 대화를 합니다. 정말? 왜? 하는 식으로요. 가령 환경오염에 대한 글이라면, '어떤 환경오염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건데?', '왜 우리가 환경을 오염하면 안 되는데?', '우리가 뭘 했을 때 환경이 오염되는데?'처럼 질문을 던져보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는 거죠. 이 과정이 바로 능동적 읽기입니다. 이렇게 하면 책을 읽는 게 훨씬 덜 지루하고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사실 제가 하고 있는 이 독서법은 SQ3R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독서법이에요. 저는 그걸 저에게 맞게 조금 변형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각자 맞는 독서법이 있을 것이므로 한번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시고 실천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기 계발 서적 읽기 -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 계발 서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인생의 설명서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자기기나 자동차 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만 해서는 절대로 그 기기를 능숙하게 조작할 수 없는 것처럼, 일단 설명서를 읽었으면 시도해봐야 합니다. A 버튼을 누르면 어떤 기능이 나오고 B 버튼을 누르면 어떤 기능이 나온다는 걸 읽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은 상태로 '다 읽었는데도 아무것도 동작하지 않잖아? 이 설명서는 엉터리야'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일단 버튼을 눌러보고 실천을 해봐야 하는 거예요.
자기 계발 서적은 대개 삶의 태도나 방향성에 대한 원리들을 알려줍니다. 이건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며 깊게 이해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한 번을 읽더라도 '나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죠. 제가 지금 적고 있는 이 글도, 읽는 것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예요. 실제로 책을 펴고 읽어보면서 실천해야만 의미가 있는 내용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