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하반기 회고
남들은 12월에 쓰는 회고를 1월에 쓰고 앉아 있는 게으른 개발자 루크입니다.
언제나 마찬가지겠지만, 바쁘네요! 하지만 바쁘지 않고 한가한 것보다는 정신없이 바쁜 편이 전 더 좋습니다.
제가 개발자로 진로를 바꾸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느꼈던 일종의 절박함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잊지 않고 열심히 구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직한 회사에서 1인분 하기
저번 회고에서는 이직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제야 좀 제자리를 잡고 일을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경력직으로 이직해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공감하실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온보딩해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저에게는 있었어요. 당연히 수 차례의 면접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검증된 상태로 채용이 됐지만 어쩐지 당신들의 눈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할까요?
늘어나는 복잡성 (히스토리, 디펜던시....)
지금의 회사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은 프로덕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비스는 하나지만 그 안에 마이크로하게 쪼개진 프로젝트들이 아주아주아주 많았어요. 일단 그 도메인들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도메인을 모르는 채로 회의에 들어가면 정말 무의미한 시간 낭비를 하게 돼요. 자기 의견을 주장할 수도 없을 거구요. (뭘 알아야 하지..)
그런데 우리 회사의 도메인은 생각 이상으로 복잡했고, 어마어마한 히스토리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이거 왜 이렇게 되어있지..
싶은 생각이 들어 코드를 파고들다 보면, 아.. 이래서 그랬구나..
하고 납득하게 돼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계속되면 점점 더 유지보수가 어려워지겠구나, 하고 생각하던 차에 회사 메인 프로덕트를 리브랜딩
하는 프로젝트가 띄워지게 됩니다.
리브랜딩과 기술 개편
이왕 홈페이지의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모두 건드리게 되는 리브랜딩이 발족되었으니, 이 김에 기술 부채를 청산하고 가자는 컨센서스가 FE 내부에서 생기게 되었습니다. 설계단부터 다시 쌓아 올리고, 새로운 패턴을 적용시키기도 하면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히스토리들을 코드 안으로 녹여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게 되면서 제대로 1인분을 하게 되었다는 나름의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러다 보니 일이 몇 배는 늘어난 것 같기도 합니다.
유저 행동 데이터 수집
유저 로그 수집은 일반적인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경험하기 힘든 분야입니다. DOM API를 활용하긴 하지만 프론트엔드와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번 회사에서는 이 기능이 매우매우 중요했고, 기존에 개발되어 있던 로거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리팩토링을 했습니다. 올해는 내부 로직의 전반적인 수정과 의존성 걷어내기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를 위한 초석을 닦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것도 제 기술성숙도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준 작업이었다고 자평합니다.
함수형 프로그래밍 스터디
회사 내에서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평소에도 함수형 프로그래밍에 관심은 있었지만, 혼자서는 시간이 없다
는 핑계로 절대 공부를 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요, 우연히 슬랙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스터디가 열리길래 냅다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
쏙쏙 들어오는 함수형 코딩이라는 책이었구요, 읽고, 정리하고, 적용하는 방식의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예시 코드들은 모두 JS로 작성되어 있어서 프론트엔더라면 읽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을 거예요. 함수형 프로그래밍에서 말하는 '계산', '액션', '데이터'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서로를 분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함수형 프로그래밍의 입문서로 충분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까지는 객체 지향과 함수형 프로그래밍은 서로 배타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경우에서 꼭 그렇진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뭐가 더 좋고 뭐가 더 낫다는 식의 접근은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접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것들
아쉬운 점
...이것은 이루지 못한 것입니다. 블로그에 자주 포스팅하기
, 브런치에 글쓰기
와 같은 목표를 세운 지가 벌써 오랜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전혀 올리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는 이제 글재주도 전보다 훨씬 못한 느낌입니다. 2023년에는 이루지 못한 것들을 마저 이루려고 노력해볼까 싶어요. 언제까지나 미뤄둘 수는 없으니 할 거면 빨리하고 안 할 거면 그냥 목표에서 지워버리는 편이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어차피 해내지 못할 일들을 마음속의 짐으로 가지고 있으면 스트레스만 늘어가는 것 같아요.
여행
아, 그래도 작년 말에는 시간을 좀 내서 태국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거의 3년 만의 해외여행이었어요. 원래는 매년 적어도 한 번은 해외에 다녀오곤 했는데, 그걸 못하니 답답하던 차에 태국이 가장 먼저 입국 제한을 해제하면서 여행길이 열렸고, 저는 열린 문을 통해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왔습니다. 올해에도 몇 번 여행을 다녀올까 싶네요. ✈️
수영
역시 코로나 때문에 3년이나 가지 못했던 수영을 올해 다시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수영이라 처음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걸 절절하게 느꼈는데요, 그래도 벌써 4달째 꾸준히 나가다 보니까 다시 예전 폼이 슬슬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다른 운동보다 수영을 좋아하는데, 어쩐지 물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좋아서인 것 같습니다. 다른 운동은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건 오히려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을 받거든요.
차량 구매
그동안 거의 10년~15년은 된 아버지의 쏘나타를 타고 다니다가, 신차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7월에 출고됐는데 벌써 7천 넘게 탔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