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일들은 도처에 있습니다.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오는 동안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겪어온 일들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의 삶에서 남은 괴로움이 얼마나 될지 미루어 짐작도 할 수 없겠네요. 틀림없이 앞으로도 크고 작은 고통들이 저를 찾아올 거예요. 누군가의 말처럼 삶은 정말로 고통의 연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악조건 속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봅니다. 전쟁과 기아, 가난이 가득한 곳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행복한 웃음이 피어납니다. 반대로 평화와 배부름, 풍족함이 가득한 현대적인 도시에서도 짜증 섞인 목소리나 서로 다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외부 환경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걸까?
저는요, 명상을 해요
불행과 행복이 외부의 영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면, 남은 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뜻이 됩니다. 차분하고 맑은 정신을 통해서 외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외부에 대한 나의 인지를 바꿔주고, 마음을 한층 더 고요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이 상태로 진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명상입니다.
소음과 산만함이 끊임없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살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외부에서 찾아온 일상의 혼란에 휘말리게 되고 맙니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휩쓸려서 스스로의 존재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는 지경에 이르곤 해요. 그런 순간에 자신의 중심을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어요. 매일이 무기력했고, 삶의 지향점을 몰랐어요. 달리고는 있었는데,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의미 없다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하면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도 몰랐어요. 어쩌면 의미를 찾아서 뭐 하냐는 냉소에 빠져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정말 우연한 기회에 명상을 알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냉소를 하면서도 마음속 한 편에는 구원받고 싶다는 희망의 끈을 붙들고 있었나 봐요. 이전 글을 통해서도 우연한 기회에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날 저는 서점인가 도서관을 돌아다니고 있었고, 타라 브랙
의 받아들임: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라는 책을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꺼내서 펴게 되었습니다.
책이 막 재미있고 술술 잘 읽히는 건 사실 아니었어요. 길고 지루한 글이었습니다. 우연히 펴든 책이 재미까지 없는데도 묘하게 매력이 있어서, 나도 몰래 계속해서 읽게 되었어요. 맛있는 빵이 주변에 얼마든지 있는데도 괜히 퍽퍽한 식빵이나 바게트를 먹고 싶으셨던 적이 있나요? 그날의 저는 바게트가 먹고 싶은 날이었던 것 같아요. 그날의 저의 입맛이 사람이라면 와락 끌어안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저는 지금도 가끔씩 합니다.
명상을 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할 수 있었고, 스스로에 대해서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가치 판단도 없이 제 생각과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 덕분에 새로운 평화와 내면의 평온함, 그리고 주변사람들로부터의 늙은이 칭호를 얻을 수 있었죠. 마음이 불안해지거나 혼란이 다시 찾아오면, 저는 반사적으로 몇 분 동안 명상을 하게 됐고, 그 즉시 편안함과 차분함을 느낍니다. 명상을 통해서 저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건강하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도구를 얻게 된 것 같아요.
이러한 개인적인 이점 외에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온다는 건 꼭 재물만을 뜻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마음이 여유롭고 풍요로워지니까 다른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다지 거슬리지 않게 됐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는 지금 현재 제가 말버릇처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된 것 같아요. 스스로 말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현재의 저는 과거에 비해 좀 더 인내하고 이해하게 됐습니다. 명상을 통해 저는 더 나은 버전의 제가 될 수 있었어요.
명상의 장점
언제나 말씀을 드리고 있지만, 명상은 어렵지 않아요. 나이, 배경, 학력 같은 것과도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규칙적인 명상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고, 수면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추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도록 도와준다고 해요. 명상이라는 행동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이러한 베네핏이 점점 더 자주 찾아오게 될 거예요. 명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어요. 집에 있든, 회사에 있든, 지하철로 이동 중이든, 언제든 명상을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곧장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주변이 조용하고, 앉거나 누울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요. 아직 명상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잠에서 깨자마자 침대에서, 누운 채로 시작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자기 전에는 바디스캔 명상을 해보세요. 하루 종일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서 신체의 감각에 집중하는 거예요. 손 끝과 발 끝, 발목, 종아리.. 이렇게 조금씩 내 몸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잠들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뭔가 먹고 있다면, 식사 명상이 도움이 되겠네요. 밥을 먹으면서 음식의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온도를 느끼면서, 지금 이 음식이 나에게 찾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문득 마음속에서 사랑과 감사함이 피어오르기 시작할 거예요.
이외에도 수많은 스타일의 명상들이 있어요. 조금씩 조금씩 경험해 보고 체험하면서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명상이 어떤 것일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명상을 습관으로
그러려면 자주 경험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몇 가지 팁을 소개해드릴게요.
- 작게 시작하기
만약 처음 명상을 해보는 거라면, 1분에서 2분 정도의 짧은 호흡 명상을 추천드려요. 사실 단순히 앉아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행위일 뿐이라서 쉽게 익숙해지실 거예요. 그렇게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려서 10분에서 15분 동안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 어디 가서 '명상 좀 한다'라고 자부하셔도 좋습니다.
- 나와 어울리는 스타일 찾기
위에서도 작게 소개해드렸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영화, 책, 운동 스타일이 다르듯, 명상 스타일도 다를 수 있어요. 가장 잘 맞는 명상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 루틴화
이런 연습이 일상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보세요. 운동은 헬스장에 가야한다든지 몸을 일으켜 씻어야 한다지만, 짧은 명상 루틴은 그저 가만히 숨만 쉬어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도전이거든요!
- 도움 받기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유튜브나 어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친절한 멘토들의 음성과 함께 진행하다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갈 거예요.
마무리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각자가 끊임없이 서로 다른 수 천만 가지의 방향으로 흩어져 끌려가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길을 잃는 건 정말 쉬운 일입니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스스로가 누구인지, 내면의 있는 자신의 목소리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말하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리고 말 거예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명상이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저처럼 몇 년이나 명상을 계속해서 삶의 변화를 얻길 원하든, 아니면 단순히 오늘 밤 하루만의 꿀잠을 위해서든 명상은 훌륭하게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오늘 저와 함께 명상 해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