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을 맞았을 때쯤, 저는 열심히 개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여자 친구랑 밥을 먹다가 '요즘 MBTI 테스트가 핫하던데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이야기를 지나가듯이 했었는데, 둘 다 갑자기 불이 붙어서 진심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노마드코더 분이 MBTI 테스트 콘테스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러면 마감일도 생겼겠다 빡세게 작업해보자 생각하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얀센 후기 글에 보이는 '작업'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 작업을 의미합니다.
왜 이제야 후기를...?
네.. 얀센을 6월에 맞았으니까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난 후기가 되었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제 블로거로서의 자아를 '부캐화'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실제의 저와는 좀 떨어뜨려 놓고 서로 어떤 영향력도 주고받고 싶지 않았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걸 알테니스킵 어쩐지 이걸 블로그에 올리면 현실세계의 저와 블로거로의 제가 연결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무슨 리플리 증후군에라도 걸린 사람처럼 병적으로 블로그를 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게 되고, 무슨 죄지은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블로깅에도 약간 소홀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어차피 블로그를 계속할 거라면, 나는 나니까 그냥 속 시원하게 다 까발리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etc나 meditation 카테고리를 만든 게 그 무렵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마음 편하게 제작 후기 같은 것을 쓸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좀 대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인가
빵 테스트라는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여자 친구와 제가 소문난 빵돌이/빵순이라서요. 테스트 소스를 구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질문들이 5지선다인 데다가 160문항이 넘어가더라고요. 조금씩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재미로 보는 테스트에 이 이상 공수를 들이는 게 무의미하다는 판단 + 시간의 압박이라는 핑계로 누군가가 간단하게 만들어 놓은 질문지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정확도가 있는 거 같아요. 그렇게 완성된 테스트입니다.
전체적인 페이지 디자인과 일러스트는 여자 친구의 작품입니다. 다들 이미지가 너무 귀엽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는 개발 전반과 배포를 담당했는데요, Typescript based React만을 이용해서 제작해봤습니다. 처음에는 NextJS를 이용해서 API까지 만들어볼까도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무리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 어플리케이션이 API와 통신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굳이 불필요한 기술을 넣지 않고 최대한 미니멀하게 제작해보았습니다. 배포도 심플하게 netlify를 이용했습니다. push만 하면 알아서 빌드해서 배포를 해주는 게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한번 츄라이 츄라이 (광고 클릭도...)
github도 구경해보세요
수익에 관해서
우선, 참여했던 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부상으로 설빙의 빙수 세트를 받았어요. 더운 여름이었는데 아주 달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도 나름 수익이라면 수익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중요한 건 광고 수익인데요, 지난 12월을 기준으로 총 10만 원 정도의 광고 수익이 있었습니다. 사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도 있는 금액이에요. 아마 노출이 그렇게 많이 되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많이 노출되었을 때 약 900-1000건의 노출이 집계되었는데요, 광고 클릭이 없으니 수익은 0이었습니다. 클릭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깨닫게 된 계기가 됐네요.
지난 글에서 블로그 광고로는 Google의 Adsense를 이용했다는 글을 포스팅했었는데요, 이 프로젝트에는 카카오의 Adfit을 붙여보았습니다. 그도 그럴 게 당시에는 블로그에도 아직 광고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였고, 아마 저희 테스트 같은 경우에는 승인이 나지도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에 비해서 카카오 Adfit은 승인 절차가 비교적 간편했고, 매일마다 정산금액을 카톡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어 편리해 보였거든요. 그리고 5만 원 이상이면 인출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광고 수익으로 받은 돈으로 크리스마스에 여자 친구와 근사하게 와인을 사다 마실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둘이서 같이 고생해서 기획하고 제작한 프로젝트에서 나온 돈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다니 굉장히 로맨틱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또 기회가 되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요. 적당한 아이템을 아직 찾진 못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