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은 아주 가볍게, 그저 흘러가듯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부쩍 고민이 늘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고민이냐고 하면 사실 특별히 이게 고민입니다
라고 할 만큼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지만, 머릿속에서 생각이 쉴 새 없이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글을 쓰는 지금도 머릿속에서는 아 어제 받은 뉴스레터 읽어야 하는데
, 아까 전에 공유 받은 아티클도 읽어야 하는데
, 이슈 올려둔 거 팔로업해야 하는데
같은 생각들이 자꾸만 빈틈을 치고 들어옵니다. 공부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은데 도통 시간은 없고, 누구도 저를 쫓아오지 않는데 혼자서 가상의 어떤 존재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사실 이럴 때는 원래 수영을 하러 가고는 했습니다. 수영을 하면 물속에서 호흡과 자세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나면 머릿속에 생각들이 확실히 정리가 되는 것을 느꼈거든요.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는 수영장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졌지만 말입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머쓱하지만 저는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명상을 하기 시작한 지는 벌써 햇수로 5년쯤 된 것 같아요. 꾸준히 매일매일 하지는 못했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뭔가가 필요할 때만 그것을 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명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은, 정말 생각이 너무나도 많아서 괴로울 때인 것 같아요. 그 생각
이라고 하는 것은, 대개 과거에 있었던 어떤 일에 대한 생각
이거나, 미래에 있을 어떤 일에 대한 생각
입니다. 우리는 그걸 후회
나 걱정
이라고 부릅니다. 제 몸은 현재를 살고 있는데 제 의식은 과거나 미래를 끊임없이 오가며 분주히 돌아다닙니다. 후회해도 변하는 건 없고, 걱정해도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제가 저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건 현재뿐이죠. 분명히 미래의 나는 과거의 후회하던 나를 보고 다시 후회할 거예요. 아무 의미도 없는 후회 따위로 시간을 낭비했다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차라리 음악을 켜고 호흡에 집중해봅시다. 저는 명상과 수영이 엄청나게 닮아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육체적인 움직임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호흡, 주변 온도, 몸의 움직임 같은 현재
에 집중하는 활동이라는 점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몸을 쓰는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몸을 무리해서 쓰면 건강에 좋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두뇌를 쓰는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떨까요? 저는 온종일 머릿속에서 뭔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 육체를 온종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적인 피로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신경성 질환
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익숙하게 들어왔습니다. 뇌도 반드시 쉬어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비단 생산성이 떨어지니까
같은 개발자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물론 생산성의 측면에서도 뇌는 쉬어줘야 하지만요. 명상은 번아웃을 방지하는 데에도 효과적이거든요. 명상을 하게 되면 자기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명상을 하는 도중에 생각을 거듭하라는 뜻이 아니라, 명상을 통해 Garbage Collection(...) 된 뇌의 메모리
를 통해서 스스로를 바라보면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자기 객관화(= 메타인지)는 업무적인 성장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메타인지에 관해서라면 다른 포스팅을 통해서 자세히 소개해 보도록 할게요.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사실 명상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글들은 아주 많고, 책도 아주 많습니다. 그렇지만 뇌를 쉬게 하기 위해서 또다시 뭔가를 학습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겠죠. 어쨌든 학습이란 스트레스를 받는 거니까요. 그래서 이번 글의 서두에도 흘러가듯 읽어달라
고 부탁을 드렸던 거예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자세는 상관없다. 누워서 해도 괜찮고, 걸으면서 해도 괜찮고, 앉아서 해도 괜찮다.
- 규칙적으로 호흡한다.
- 숨을 들이쉴 때 배와 가슴의 어디가 얼마큼 부푸는지 집중하고, 내쉴 때 어디가 얼마큼 꺼지는지에 집중한다.
- 명상 도중에 떠오르는 생각은 그냥 '안녕'하고 인사하고 흘려보낸다. 그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온다.
보통 4번이 가장 어려우실 거예요. 생각이 자꾸 나서 문제인데 그걸 그냥 흘려보낼 수 있다면 애초에 명상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호흡과 함께라면 틀림없이 할 수 있습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몸이 느끼는 감각에 집중해보세요. 명상은 사실 이게 전부입니다. 멍때리는 것과 비슷해요. 근데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않고 그냥 멍만 때리다 보면 다른 생각이 들어왔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변화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을 정해두고 그것에 집중함으로써 다른 생각을 물리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명상을 하다가 다른 생각이 찾아오면 보통 호흡이 짧아지고 빨라집니다. 그러면 아, 내가 생각에 빠졌었구나
하고 알아차린 뒤 다시 명상 호흡으로 돌아오는 거예요. 깊고 느린 호흡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건, 단언컨대 그러지 않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 거예요.
끝으로
생각은 아무 때나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과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사람이라고 믿어버리는 거죠. 이것과 관련해서는 지난 글에 자세히 적어둔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불안해지고, 자신은 별것 아닌 사람처럼 느껴져서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자신과 생각을 분리해서 보는 것의 중요성은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아요. 명상을 습관으로 만들게 되면 생각보다도 더 마음이 편안해질 거예요.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금과옥조처럼 꼭 이 시간에는 명상을 해야 해
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명상이 숙제처럼 되어서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될지도 모릅니다. 느릿느릿, 천천히. 하루 이틀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해지는 것이니까요.